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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을 얻다 


담양이나 평창 어디쯤 방을 얻어
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
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

지실마을 어느 집을 지나다
오래된 한옥 한 채와 새로 지은 별채 사이로
수더분한 꽃들이 피어 있는 마당을 보았다.

나도 모르게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섰는데
아저씨는 숫돌에 낫을 갈고 있었고
아주머니는 밭에서 막 돌아온 듯 머릿수건이 촉촉했다.

---저어, 방을 한 칸 얻었으면 하는데요.
일주일에 두어 번 와서 일할 공간이 필요해서요.

나는 조심스럽게 한옥 쪽은 가리켰고
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.

---글씨, 아그들도 아 서울로 나가불고
우리는 별채서 지낸께로 안채가 비기는 해라우.

그라제마는 우리 이씨 집안의 내력도 짓든 데라서
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오.

이 말을 듣는 순간 정갈한 마루와
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햇살이 눈에 들어왔다.

세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
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,

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
내가 이미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.


- 나희덕 -


방을 얻은 기쁨에 편히 자야지....

첨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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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'2'

한석조

2007.10.14

크~ 언제 요런 글을 썼지...
별님한태 어울리는 글입니다...^________^*

정흥수

2007.10.14

짜근벨님 미버유,,
도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디,,
구래도 쥔님이 허락하셨으니,,
구러지 마시구여 이방 경매 채비하구 있으니까요,,
꽁짜루 받으세유,,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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